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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공연이 끝난 후 임유라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육시훈은 그녀를 끌고 무대 뒤로 갔다. 그는 미리 준비해둔 꽃다발을 소은하의 품에 안기며 눈썹을 실룩거렸다. “소 수석님, 팬인 저와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있나요?” 소은하는 부끄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휴게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 두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혼자만 안에 남겨진 임유라는 미처 닫지 않은 문으로 두 사람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문득 그의 서재에 붙어있던 사진들이 떠올랐다. ‘아, 그 사진들의 배경이 어수선했던 이유가 무대 뒤라서 그랬구나.' 그는 소은하를 좋아했다. 그래서 팬처럼 국내외를 누비며 그녀의 공연을 따라다녔다. 반면 자신은 경인시에서 30차례 연속 공연을 해도 한 번도 오지 않았었다. 그가 예전에 사용했던 회의 중이라거나, 바쁘다거나, 회식이 있다는 등 변명들이 떠오르자 임유라는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던 순간,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울렸다. 도구 더미에서 검은 연기가 퍼지더니 큰 불길이 치솟으며 순식간에 번져갔다. 모두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임유라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휠체어를 밀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탈출에 몰두한 혼잡한 인파 속에서 그녀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진 인파와 다가오는 불길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구원을 청했다. “아... 살... 려주세요...” 수많은 발이 그녀를 밟고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녀를 일으켜 주지 않았다. 그녀는 간신히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복도까지 기어가 본능적으로 한 남자의 바지 끝을 잡으며 목구멍에서 간신히 흘러나오는 목소리로 구원을 청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남자가 몸을 숙여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할 때 옆에 있던 사람이 그를 막아섰다. 그 사람이 목소리를 낮췄지만 그녀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 “시훈아, 불길이 너무 커. 그리고 너는 유라를 그렇게 미워하잖아. 그냥 내버려 둬. 살아남으면 운이 좋은 거고, 타 죽어도 네 탓은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망설임 없이 다리를 빼서 옆에 있던 사람을 보호하며 재빨리 떠났다. 연기가 임유라의 시야를 가렸고, 그녀는 눈앞 사람의 그림자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들었다. 방금 말한 사람은 소은하였고, 남자는 육시훈이었다. 불길이 춤추며 그녀의 옷을 태우고, 살점을 삼키며 피부에 검붉은 흔적을 남겼다. 생존 본능이 솟구친 그녀는 온몸의 힘을 다해 몸을 굴러 불을 끄며 결국 입구까지 도달했다. 마침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임유라는 우연히 몸을 돌리던 육시훈과 시선이 마주쳤다. 머리가 타고 검게 그을린 모습과 종아리에 크게 번진 벌건 화상 자국을 보고 그는 조금 놀란 듯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다쳤다는 것에 놀란 건지, 아니면 아예 불길 속에서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연기를 이어가며 그녀에게 다가와 안도한 표정으로 끌어안았다. “유라야, 사람들에 밀려 나왔어. 막 너 구하려 다시 들어가려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나왔구나.” 임유라는 더는 그와 호흡을 맞추며 연기할 힘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바지 위에 남은 선홍빛 핏자국을 내려다보며 눈을 감았다. “다리는 이미 느낌도 없는데 어떻게 아프겠어? 오빠, 오늘 안에서 타 죽었으면 아팠을 거야. 차 사고가 났던 그 날처럼 죽을 만큼 아팠을 테지. 그날 차에 치였을 때도 너무 아팠고,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도 너무 아팠어.” ‘오빠가 나와 함께한 게 단지 보복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았을 때도 똑같이 아팠다고...’ 그녀는 평온하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이 말을 내뱉었다. 조금도 흥분하지 않은, 담담한 어조였지만 육시훈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입을 열어 평소처럼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묵묵히 그녀를 안고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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