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알겠어요.”
궁녀는 겁을 잔뜩 먹은 채 고개를 푹 숙이며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였다.
강희진은 자리에 기대어 앉은 채 이미 마음은 구름 위를 떠도는 듯 멀어져 있었다.
선우진과의 사이가 다소 누그러진 지금,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던 돌덩이도 한결 가벼워진 듯하였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적당한 기회를 엿보아 강상목을 직접 대면하는 일이었다. 허나 그녀가 그 기회를 찾기도 전에 강상목이 먼저 찾아왔다.
해 질 무렵, 궁인들이 저녁상을 물리고 물러난 뒤 막 밖으로 나가 바람이나 쐴까 하던 참에 초월이 들어와 아뢰었다.
“정승 대감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
“호강하며 지내는 모양이구나.”
강상목 곁에 선 강원주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강상목을 휙 지나쳐 곧장 강희진 앞에 섰다.
“지금 밖에서 사람들이 날 두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느냐? 강희진, 너는 도대체 염치란 게 있기나 하냐? 이곳에 온 지 하루밖에 안 되었건만 그간 억눌렀던 요사스런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폐하께 추파를 던졌더냐!”
강원주는 체면을 중히 여기는 인물이었다. 어젯밤의 일이 진영 전체에 퍼지자 그녀는 분노하였고 당장이라도 강희진을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언니, 그렇게 노할 일은 아닙니다. 어젯밤의 일은 제 의지로 벌어진 일이 아니였어요.”
그 말인즉, 선우진이 강제로 그런 일을 했다는 뜻이었다.
강희진은 결백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강상목과 시선을 마주하였다. 그의 눈빛은 매서웠고 마치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보려는 듯하였다.
강희진은 가슴 깊은 곳의 증오를 꾹 눌러 담고 잔잔한 호수 같은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였다.
전생에는 강원주의 온갖 구박에 지쳐 그를 미워하였으나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사실 모든 불행의 씨앗은 강상목, 바로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가 정욕에 눈이 멀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정승가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곳에서 멸시받으며 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녀를 궁에 들이지 않았다면 그녀의 비참한 운명도 없었을 터이다. 강원주가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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