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강희진의 온몸은 물에 젖은 나뭇잎처럼 흐느적거렸고 문득 새어나온 신음소리는 참으려 해도 가눌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선우진은 더욱 열을 올렸고 이성을 유지하던 자태는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방금까지 물에 빠졌다 살아난 몸, 채 진정되지도 못한 채 다시금 선우진의 거칠고 가혹한 손길에 휩쓸리자 강희진은 뼛속까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폐하, 부디 조금만 부드럽게 해주세요...”
숨죽여 애원하는 소리에 담긴 것은 절박한 간청이었다.
허나, 선우진은 마치 못 들은 양 더욱 깊게 파고들 뿐이었다. 그의 눈에 그녀의 부탁은 오히려 유혹처럼 보였던 것일까.
고통이 극에 달하자 강희진은 정신이 아찔해지며 까무러칠 듯했다.
겨우 정신을 붙잡고 바라본 그는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던 사내였다.
걷지 말라, 무리하지 말라 타이르던 그 입술은 이제 그녀를 삼키려는 야수의 입이 되었다.
아아, 역시 옛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제왕의 정은 늘 가볍고 덧없다니, 선우진이 베풀었던 자비는 그저 한순간일 뿐이었다.
그 짧은 온기에 그녀는 어리석게도 마음을 주었고 선우진을 좋은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어머니, 강상목, 강원주, 숙빈... 하나둘 떠오르는 얼굴들... 강희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이내 선우진의 허리를 두 팔로 단단히 끌어안았다.
좋다, 이왕 다시 살아온 인생. 복수를 위하여 이 몸 바치리라.
선우진은 그저 강상목을 무너뜨리기 위한 발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결심을 굳히고 나자 강희진은 그의 가슴에 바짝 달라붙으며 마치 요사스러운 여우처럼 귓가에 속삭였다. 그 목소리에 선우진의 몸은 마치 불길에 덮인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천막 밖으로는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건만 그는 숨이 막힐 듯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다 이내, 선우진은 강희진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는데 그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이글거렸다. 그가 품고 있는 분노는 마치 그녀를 산 채로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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