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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어젯밤 민빈이 물에 빠진 일, 가서 살펴보아라.” 선우진의 음성은 담담하였으나 그 안에 날카로운 뜻이 숨겨져 있었다. “예!” 시종은 두 손을 모아 대답한 뒤, 발걸음을 재촉하여 물러났다. 선우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이 매섭게 좁혀지며 그 안에 알 수 없는 기척이 스쳤다. 궁중과는 달리 사방이 시끄럽고 어수선한 사냥터에서 강희진은 겨우 한 시진 남짓 눈을 붙이고 나서야 깨어났다. 막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문발이 젖혀지며 선우진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손짓 하나로 방 안의 궁인들을 물리쳤다. “오늘은 사냥터에 들 것이니 짐의 곁에서 한 치도 떨어지지 말거라.” 선우진은 한결같은 평정 속에 명을 내렸다. 강희진은 그 까닭을 묻고자 입을 열었으나 선우진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의 두 눈은 물결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와 같았고 동시에 짙고 묵직한 위압이 억누르듯 다가왔다. “왜 멍하니 서 있는 것이냐?”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강희진은 정신을 차리고 이불을 젖혔다. 그리고는 침상에서 내려와 허리 굽혀 절을 올렸다. “소첩, 폐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곧이어 선우진의 발걸음 소리가 점차 멀어졌고 강희진이 고개를 들었을 땐 어느새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무력하게 다시 침상에 앉았다. 지난밤의 일로 선우진이 미심쩍어하더라도 어차피 양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숙빈을 가볍게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넘기기엔 강희진의 가슴에 응어리가 남았다. 그 누구도 자신을 위해 나서주지 않는다면 그 원한은 스스로 갚아야 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숙빈?” 참으로 기막힌 인연 아닌가. 방금 전까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앞에 서 있었다. 강희진은 숙빈의 눈 밑에 깊게 패인 푸른 그림자를 보며 속으로 조소했다. “민빈, 안색이 아주 좋군요.” 숙빈은 억지로 미소를 띠었으나 그 미소는 싸늘하기만 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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