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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돌이켜보면 걸어온 길 위에서 강희진이 마음을 기울인 것마다 끝내는 제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무엇을 지키고자 하면 그 무엇도 그녀 곁에 오래 머물러주지 않았다. 어머니도, 오늘 사냥터에서 마주쳤던 그 한 마리의 사슴도, 그리고 평안마저도. “아가씨의 탓이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 강희진이 스스로를 얼마나 책망하고 있는지 짐작한 초월은 차마 마음이 아려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강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참 만에야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어디로 가시려는 거예요?” 초월이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사냥터.” 강희진의 목소리는 감정이라곤 담기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선우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사냥터 인근. 강희진이 홀로 말을 타고 다가오자 선우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내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평안이는 어디 있느냐?” “죽었어요.” 강희진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선우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말을 타지 않아도 되나요?” 강희진은 고개를 들어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이상하게도 선우진의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죄어왔다. 분명 그녀는 단 한 치의 약함도 보이지 않았건만 괜스레 마음이 저며왔다. 그는 몸을 숙여 강희진의 손목을 단번에 끌어당겼다. 다음 순간, 그녀는 그의 품 앞에 말없이 안착해 있었다. 주변에서 야유 섞인 웃음소리가 터져나올 즈음, 강희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당연히 그래도 되지.” 선우진이 고개를 가까이 기울였다. 따뜻한 숨결이 귀가에 닿기도 전에 말은 높이 앞발을 들며 울음을 터뜨리더니 숲 깊숙한 곳으로 내달렸다. 거친 질주 속, 강희진의 귓가에는 바람 소리만이 쉴 새 없이 스쳐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질 듯 뒤흔들린 끝에 말이 마침내 속도를 줄였다. 강희진은 휘청이며 말에서 내려 한쪽으로 달려가 거칠게 구토를 쏟아냈다. 주변은 끝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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