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동작은 능숙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선우진은 이를 악물고 있었고 창백하던 입술에 힘이 들어가며 희미한 핏기가 돌았다.
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강희진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막 치료를 마친 상태라 그는 가장 몸이 허약할 때였고 푹 쉬어야 했다.
이 기회에 강희진은 주변 상황을 살필 참이었다.
“이보시오. 선비님 상처는 좀 어떠하오?”
앞마당으로 나서니 부부는 막 저녁상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으려 하던 참이었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 몇 가지 놓여 있었고 그 풍경에 강희진은 괜스레 어머니가 떠올랐다.
가슴 한구석이 시큰해진 강희진은 말없이 멍하니 있었다.
“배고프십니까? 이리 와서 같이 드시지요.”
자꾸 상 위만 바라보는 강희진이 배고픈 게 아닌가 싶었는지 방혜란은 다정히 말을 건넸다.
강희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노만복은 벌써 부엌에서 그릇과 수저를 챙겨 왔다.
“허술한 반찬뿐이라 경성의 진귀한 음식들엔 비할 바 못 되지만, 혹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방혜란은 웃으며 밥그릇을 내밀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강희진은 코끝을 훌쩍이고 시린 마음을 꾹 눌러 삼켰다.
강씨 집안에 돌아온 이래 어머니는 날마다 허드렛일에 시달렸고 그녀 역시 어머니가 손수 지어준 따뜻한 밥상을 받아본 지도 오래였다.
“혜란 언니, 만복 오라버니, 저희를 이리 거두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까는 선우진의 상처부터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 감사 인사를 건넬 틈도 없었다.
“하나 저희는 길어야 하루이틀 머무를 것입니다. 그이 상처가 조금만 나아 걸을 수 있게 되면 곧 떠날 생각입니다.”
“그리 서둘지 마시고 천천히 회복하고 가셔도 괜찮습니다.”
방혜란은 온화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하였다.
“한데 선비님 상처가 꽤 깊어 보이던데, 혹 산에서 맹수라도 만난 것이오?”
노만복이 호기심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이와 함께 사냥하다가 산적을 만나 싸우다 생긴 상처입니다. 다행히 두 분을 만나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요. 아니었으면 아직도 숲 어귀에서 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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