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강희진은 겉으론 걱정스러운 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몹시 통쾌했다.
선우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쪼그려 앉아 짚 더미를 정리하는 강희진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고소하다고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구나’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목구멍 너머로 삼켜 버렸다.
어차피 궁으로 돌아가면 저리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 테니.
선우진은 끝내 등을 돌리고는 저만치 앞을 바라보았다.
강희진은 말끔한 마른 짚 더미를 찾아 등을 기대고 누웠다.
선우진은 꼿꼿이 서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 그의 정수리부터 내려앉아 마치 온몸에 금빛이 감도는 듯했다.
강희진은 문득 눈이 멀 것처럼 멍해졌다.
‘이러니 사람들 눈엔 신선이라도 내려온 줄 알겠지.’
어린 나이에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라더니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남다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 성정만 좀 유순했더라면 자신도 그 궁궐 살이가 이리 괴롭진 않았을 것이다.
강희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햇볕이 따스했던 탓인지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눈꺼풀이 천천히 감기더니 이내 세상의 마지막 빛마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소달구지는 이미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강희진이 몸을 일으키자 주위엔 어느새 칠팔 명의 사내들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농부 차림새였지만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 가운데 앞장선 자가 바로 그 달구지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화해 보이던 얼굴이더니 지금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강희진은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우릴 털어갈 모양이지.”
선우진은 팔짱을 낀 채 수레 한쪽에 서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말투는 느긋했고 마치 이 상황이 처음부터 예상된 것처럼 보였다.
“값나가는 물건 죄다 내놔라! 아니면 살가죽 하나 성한 데 없을 줄 알아라!”
한 사내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강희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 달구지꾼을 향해 물었다.
“이 사람들 다 당신이 부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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