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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숙빈은 허겁지겁 뛰쳐나오다가 선우진의 다리를 꼭 끌어안고 놓지 않는 강희진을 보자 얼굴이 순간 새하얘졌다. “어서 저 계집을 떼어내거라!” 그녀는 급히 옆에 있던 궁녀에게 명령했다. 청심은 명을 받자 계단을 내려와 강희진을 거칠게 끌어올렸다. “살살 좀 하시지요!” 갑작스럽게 몸이 밀리자 짜증이 솟구친 강희진은 무심코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그대로 굳어버렸다. “폐... 폐하?!” 정신이 흐릿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선우진은 언제 온 것이며 왜 모두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건지. 당황한 채 머릿속이 바삐 돌아가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팔을 살짝 끌었다. 고개를 돌리자 정허운과 눈이 마주쳤다. 눈빛이 부딪히는 순간 강희진은 모든 상황을 곧바로 이해했다. 분명 초월이 정허운을 찾아가 선우진을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부탁했을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강희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밖은 찬바람이 드니, 부디 폐하께선 안으로 드시옵소서.” 숙빈이 상냥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그녀는 직접 일어나 맞이하려는 듯 몸을 움직였지만 선우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필요 없소.” “짐이 방금 정사를 마치고, 숙빈이 생각나 잠시 들렀을 뿐이오. 시간이 늦었으니 연화전으로 돌아가야겠소. 얼굴을 봤으니 안에 들어가지 않겠소.” 숙빈은 발걸음을 멈추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데...” 잠시 말을 멈추고 선우진은 시선을 돌려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서 있는 강희진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일이오?” 보통 궁인 하나 벌을 받는 일 따위에 황제가 관여할 리 없었다. 그러나 이 소녀는 다르다. 강희진은 명광궁 소속이며 예전에 그와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녀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던 아이였다. 그 뒤로 다시 볼 일이 없었기에 잊고 지냈지만 오늘 다시 마주한 얼굴은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자극했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이 궁녀가 어화원에서 소첩을 뵙고도 인사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첩에게 망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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