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그제야 진홍월은 자신이 명광궁에 들어선 이래로 단 한 번도 강희진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오너라.”
강원주는 못마땅하다는 듯 소리쳤다.
강희진은 아무렇지 않은 낯빛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두 사람 앞에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께서 제 얼굴과 이 계집의 용모가 닮은 것을 걱정하셔서 궁 안에서 행여 오해를 살까 염려되어 가면을 하나 내리셨습니다. 이제는 폐하를 모실 때를 제외하곤 늘 저것을 착용하게 되어 있지요.”
진홍월의 의아한 낯빛을 보고 강원주는 곁에서 친절한 척 설명을 덧붙였다.
“그랬느냐.”
진홍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몸을 돌려 강희진을 훑어보듯 바라보았다.
“가면이 정녕 잘 만들어졌구나. 네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들으니 아버지께서 묘족 상인을 따로 불러들여 사오신 거라 하더군요. 저도 꽤 마음에 들어요. 원래 이 계집의 얼굴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지금은 한결 편안하네요.”
강원주는 턱을 들어 올리고는 스스로 만족한 듯했다.
“그러하구나.”
진홍월도 나긋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리 말하며 그녀는 눈길을 슬쩍 강희진에게 던졌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은 경멸이었다.
허나 강희진의 안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강상목과 진홍월. 그 둘은 똑같이 교활하고 독살스러우며 간사한 얼굴 뒤에 칼날을 숨긴 자들이었다.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라 할 만한 이들이었다.
다만, 강상목은 조정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남기 위해 겉은 부드럽고 인자하게 꾸며 왔다면 진홍월은 달랐다. 그녀는 속내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기꺼이 독을 얼굴에 드러냈다.
그런 강상목을 외인은 덕망 높은 문신이라 여기고 자비로운 군자로 칭송하지만 그 실상은 무고한 이들의 피를 손에 묻히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였다.
그런 진실을 강희진은 이미 수없이 목도해 왔다.
“너희는 모두 물러가거라.”
진홍월은 곁을 지키던 궁인들을 물려보았다.
순식간에 넓은 전각이 텅 비고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내가 이리 왔건만 무릎조차 꿇지 않느냐? 궁 안에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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