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등골을 타고 내린 칼날의 싸늘한 감촉에 강희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황자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순간 탁윤을 알아본 금위군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거두고 조용히 물러섰다.
그제야 강희진은 눈앞에 있는 이 낯선 이방인이 타국의 황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아이를 등용전으로 데려가라.”
선두에 선 금위군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이 곧장 다가와 그녀의 양팔을 붙잡았다.
“나리, 용서해 주십시오! 소녀는 민빈마마를 모시는 궁녀로, 그저 실수로 안에 갇혔을 뿐입니다. 황자님께서 아니었으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제 신분이 의심스러우시거든 민빈마마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강희진은 다급히 소리쳤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이름도, 얼굴도 감추고 있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연회가 한창인 등용전에 끌려간다면 궁녀 하나가 궁을 어지럽힌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 황자를 위험에 빠뜨린 셈이 되니 선우진이 가만두지 않을 것은 분명하였다.
설령 선우진이 넘어간다 해도 이토록 소란을 피웠다는 사실 자체가 강상목의 심기를 건드릴 터였다.
그녀는 어떻게든 이 자리를 모면해야만 했다.
속으로 급하게 생각을 굴리고 있던 강희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탁윤의 눈빛에 묘한 흥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눈앞이 번쩍하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장하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강희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가장 앞에는 검은색 비단 두루마기를 걸친 선우진이 걸어오고 있었다.
가을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는 겉옷 자락 사이로 눈부신 곤룡포가 살짝 드러났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이들 중에는 강상목과 강원주의 모습도 있었다.
그 순간 강희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녀, 폐하를 뵙사옵니다.”
강희진은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마음속으로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굴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단 하나의 길이라도 찾아야만 했다.
“또 너인 것이냐?”
선우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의심 어린 눈초리로 강희진을 훑어보았다.
강희진은 선우진의 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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