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탁윤은 고개를 가볍게 들었는데 그의 얼굴엔 웃음이 점차 깊어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사면초가의 국면이라 할지라도 정작 그의 태도에서는 일말의 당황함조차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마치 모든 것이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한 여유마저 엿보였다.
강희진은 도무지 그 까닭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녀는 탁윤을 응시하며, 이 사람이 결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새삼 실감했다.
“모쪼록 폐하와 양 장군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만일 불가하시다면 전 이 대결에서 선뜻 물러나야 할 듯합니다.”
탁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였다.
그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사실은 강희진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이 불길에 갇혔을 때 그녀는 그가 무예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헌데 방금 그의 말은 오히려 양현무에게 응하지 않을 수 없게끔 몰아가는 듯했다.
“허락하겠습니다.”
강희진이 속으로 따져보는 찰나, 양현무의 목소리가 불쑥 울렸다. 그는 꼿꼿이 선 채로 탁윤을 아래로 깔보듯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구월국에서 온 자들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제가 어찌 대주국의 이름을 걸고 황자님을 억누르겠습니까. 황자님이 데려 온 이들을 몽땅 불러내십시오. 그 누구든 저를 이기면 대결에서 승리한 걸로 하겠습니다.”
말투는 호탕했으나 실로 그의 무예는 일대일은 물론 여럿이 달려들어도 상대하기 어려운 경지였다.
대결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승패는 뻔해 보였고 그럼에도 탁윤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기색이었다.
설마 그 무리 속에 숨은 고수가 있는 것인가. 강희진의 의문은 점점 깊어졌다.
“그럴 것 없소. 대결이라 함은 마땅히 공평함을 바탕으로 하여야지.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긴다 하여도 오히려 비겁한 승리라 조롱받을 것이오.”
참으로 오만한 말투였다.
선우진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곁에 선 이의 기색을 감지한 강희진은 눈썹을 더욱 찌푸렸다.
신하 한 사람을 내세워 장군과 맞붙게 하겠다니, 세상에 탁윤보다 더 제멋대로인 자가 또 있을까.
하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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