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선우진의 목소리는 제법 낮았다.
안개가 자욱한 물속, 두 사람은 온몸이 흠뻑 젖어 서로의 살결에 들러붙어 있었고 그 탓에 공기는 더욱 묘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강희진은 잠시 얼어붙은 듯했다.
혹여 방금 그 말이 환청은 아니었는가, 스스로를 의심하며 고개를 숙인 그 순간 선우진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와의 거리는 숨결 하나 닿을 듯한 간극이었다. 그토록 빼어난 얼굴이 코앞에 닥쳐오자 강희진은 그의 뜨거운 숨이 뺨에 내리꽂히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
“그리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더냐?”
강희진이 한참 말이 없자 선우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오해이시옵니다. 소첩은 잠시 정신을 가누지 못하였을 따름이옵니다.”
강희진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입술을 꾹 다문 채, 볼은 붉게 물들었고 눈동자에 머문 수줍음은 마치 꽃망울 터지기 직전의 모란처럼 싱그럽고도 농염하였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선우진은 비웃듯 코웃음을 흘리더니 곧 그녀의 귓불을 입술에 머금었다.
“아!”
다음 순간, 선우진은 일부러 살짝 물어뜯었고 따끔한 통증에 강희진은 참지 못하고 짧은 비명을 터뜨렸다.
“그대가 탁윤과 너무 가까워졌더군. 짐은 그리 달갑지 않았어.”
그는 몸을 일으켜 서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으나 목소리 끝엔 묘한 질투의 기운이 엿보였다.
강희진은 그 감정의 정체를 직감하고 스스로 놀랐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것이 황제의 마음이라 했는데 질투를 한다니...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질투가 아니라 자신의 물건에 다른 이가 손을 댄 것이 불쾌했을 뿐이리라.’
“오늘 일은 소첩이 말씀드린 그대로이옵니다. 삼황자께서 소첩의 시녀를 빌리고자 두어 마디 더 나눈 것뿐이옵니다. 그후의 일은 워낙 갑작스러워 소첩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사옵니다. 삼황자께서 손을 내밀어주신 것엔 그저 감은할 따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옵니다.”
그녀의 말은 담백하되 단호하였다.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눈빛이 거짓 없는 마음을 말해주는 듯하였다.
선우진은 한동안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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