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그리 따져 보면 강신우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수월한 길이었다.
“사실 누님께선 아바마마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염려되셔서 그런 거겠지요.”
탁윤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탁주옥은 그를 곁눈질로 흘기며 말했다.
“이번만큼은 괜한 생각을 했구나.”
탁윤은 더는 말없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장청전에서 돌아온 뒤, 강희진은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춘월조차 들이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은설이 죽던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범인이 순순히 법망에 걸려든 탓인지, 강희진은 왠지 모를 허망함을 느꼈다.
직감이 속삭였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진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루 종일 생각을 거듭할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결국 해가 기운 무렵, 강희진은 선우진을 시중들겠다는 핑계를 내세워 다시 한 번 난청각으로 향했다.
오늘에서야 일이 마무리된 탓에 난청각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강희진이 남소현의 방에 들어서자 실내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고, 탁자 위의 포군란조차 은설이 손수 놓은 자리 그대로였다.
남소현은 문학을 즐긴 탓에 방 안은 단정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이 점은 춘월과도 꽤나 닮아 있었다.
다만, 남소현은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을 즐겨 쓴 반면, 춘월은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정하는 도리에 더 관심이 깊었다.
강희진은 책상 앞에 가부좌로 앉아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코끝을 스치는 단향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소첩, 폐하께 문안 인사 올리옵니다!”
깜짝 놀란 강희진이 황급히 일어나 절을 올렸다.
“여기 있었군.”
선우진은 가볍게 웃으며 책상 너머로 돌아 들어와 방금 전 강희진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의 뜻을 가늠할 수 없어 강희진은 속으로 조심스레 생각을 굴렸다.
“왜? 아직도 그날 밤 일로 화가 안 풀린 거냐?”
그녀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선우진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아닙니다.”
강희진은 황급히 대답했다.
“그럼 이리 오거라.”
선우진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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