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화
선우진은 모든 사정을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첩이 경솔하였습니다. 폐하, 용서해주시옵소서.”
강희진이 일어나 절을 올리려 하자, 선우진이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대가 숙의의 죽음을 가슴에 두는 것은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짐이 어찌 탓하겠는가?”
그리 말한 그는 그녀의 팔을 아래로 끌어당겨 다시 자리에 앉혔다.
“허나 어찌 되었든, 소첩이 감히 폐하께 언성을 높인 것은 잘못이옵니다.”
강희진은 속으로 조심스레 생각을 굴렸다. 선우진이 돌연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남소현의 사건은 이미 일단락되었고 그녀는 여전히 후궁으로 살아가야 하니 선우진과의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
강희진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억지로 눈물을 두 방울 떨어뜨려 눈가에 머금었는데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이 모든 것은 소첩의 불찰이옵니다. 폐하, 제발 이 일로 소첩을 멀리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며 몸을 떨었다.
“짐은 그리도 속좁은 사람이 아니다. 그대가 숙의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일이라면, 짐이 어찌 일일이 따지겠느냐.”
선우진의 말투는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는 잠시 강희진을 바라보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상하게도, 강희진이 그날 밤 그렇게 화를 낸 이유를 이제야 분명히 알게 되었는데, 그의 마음은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후궁이라면 모두 총애를 다투는 데 바쁘건만 강희진은 자신과 아무런 사이도 아닌 여인 때문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었고 어쩐지 가슴이 짓눌리는 듯했다.
선우진은 한숨을 내쉬고 손에 들고 있던 두터운 시첩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짐은 숙의와 개인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었다. 숙의가 짐을 사모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후회했다. 굳이 이런 말을 왜 꺼낸 걸까.
선우진은 민망함에 깊이 숨을 들이켰다.
“폐하께서는 영명하시고 무용도 뛰어나시니, 온 세상의 여인들이 우러러 사모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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