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화
그동안 저지른 죄만 해도 곤장 백 대로 모자랄 판이었고 설령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전혀 안타까운 일이 아니었다.
강희진은 선우진이 자신을 도와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 생각에 고개를 들어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늘 그렇듯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저 속내를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강희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소란이 가라앉고 이내 사람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휴식을 취하려 할 무렵 봉애숙의 곤장 형벌이 막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듣자니 하반신 뼈가 모조리 부서져 스스로 일어설 수 없었고 하인의 등에 업혀 방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강희진은 문득 낮에 봉애숙이 내뱉은 욕설이 떠올랐다.
‘제 분수를 잊지 않으려면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그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두운 밤, 희미한 등불 하나만이 주위를 밝혔다. 선우진은 앞장서서 걸으며 곁눈으로 강희진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희진은 봉애숙이 벌을 받은 통쾌함에 젖어 있어 선우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방에 도착했다. 강희진은 문을 닫고 이내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진은 미간을 좁혔다.
“어찌 이러는 것이냐?”
“신첩, 죄를 고합니다.”
강희진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올 말보다 눈물이 먼저 쏟아졌다.
“대청에서 있었던 일은 신첩이 일부러 넘어진 것입니다. 폐하께서 신첩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바랐습니다. 봉씨는 예전부터 신첩을 괴롭혔고 오늘도 손찌검을 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강희진은 코를 훌쩍이며 작게 몸을 떨었다.
“신첩이 폐하를 속인 죄...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옵니다.”
결연한 눈빛 속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선우진은 입술을 다물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여린 몸으로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죄를 고하고 있었다.
대청에서의 그 어설픈 몸짓을 그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하인을 벌한 일쯤은 대수롭지 않다고 넘길 수도 있었는데, 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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