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가 강희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희진은 일부러 겁먹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홍월과 강원주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과 위협의 기색은 못 본 척하였다.
“폐하, 제 무릎 상처는 봉씨라는 하인 때문에 입은 것입니다.”
강희진을 고개를 숙이며 고하였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진홍월이 당혹을 금치 못하며 다급히 반박했다.
“봉씨는 수십 년을 우리 집에서 일한 사람이잖습니까. 게다가 성정이 지극히 조심스러운데 일부러 마마를 해치다니요. 혹 마마가 착각한 것이 아닙니까?”
말끝에 이를 악문 진홍월은 강희진을 노려보며 눈빛에 경고를 담았다.
강희진은 고개를 들어 진홍월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께서 그리 생각하시는 건, 이 일이 전혀 귀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진홍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희진의 속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듯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상목의 명으로 봉애숙이 대청으로 불려 왔다.
방 안을 둘러보던 봉애숙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 번 진홍월의 눈치를 살폈으나 진홍월은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수십 년을 정승댁에 몸담은 봉애숙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듯 이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말해라. 어찌하여 민빈마마를 해쳐 무릎을 다치게 했느냐!”
강상목이 노기를 띤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봉애숙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말문이 막힌 채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진홍월이 시켰다고 털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희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집에 돌아왔다고 나를 마음대로 욕하고 때려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알게 해주마.’
“폐하, 아버지. 사실 이 일은 봉씨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강희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집 가풍은 매우 엄하여 저 또한 어릴 적부터 봉씨에게 예절과 규율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봉씨는 어느 순간부터 그걸 당연하게 여겼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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