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우리 아버지도 술을 마신다. 아버지랑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도 술을 자주 드시지만, 취하면 그냥 곯아떨어지지 누굴 해치지는 않는다.”
술 탓을 하려 들다니 어림없는 소리였다.
봉희설은 코웃음을 치며 강주선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강주선은 이미 넋 놓고 봉희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눈을 깜박이는 모습이 꼭 홀린 사람 같았다.
“혹 잠시 후 시간이 있으시오?”
“당연히 있고말고! 남아도는 게 시간이오!”
봉희설의 물음에 강주선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얼떨결에 해맑게 웃었다.
“하면 저놈들은 그대가 맡아 주시오.”
무술이라 해도 허투루 배운 놈들이라 다친 몸으로는 일반인보다도 못했다. 봉희설이 굳이 맡기고 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잊지 마시오. 꼭 관아에 넘겨야 하오.”
봉희설은 강주선의 어깨를 툭 치려다 키 차이로 닿지 않자 발끝을 살짝 들어 억지로 손을 올렸다.
“난 볼일이 있어 먼저 가겠소. 인연이 닿으면 또 봅시다.”
오전 내내 선물 고르느라 시간이 빠듯했는데 방금 일까지 겪었으니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그리 말한 봉희설은 곧장 달리듯 그 자리를 떠났다.
강주선이 뒤늦게 그녀의 이름을 묻고자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그녀의 모습은 자취도 없었다.
“정말 멋지다...”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며 강주선은 나지막이 감탄했다.
성북, 송빈루.
봉현웅은 봉희설과 함께 송빈루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자리에 들면 반드시 폐하와 민빈마마께 예를 다해야 한다. 인사는 내가 이미 가르쳤으니, 잊지 말거라.”
혹여 제 딸이 본성을 드러내어 선우진의 눈 밖에 날까, 봉현웅은 아직 오지 않은 이들을 기다리며 다시금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식사할 때 밥상 위로 팔 뻗지 말거라. 지난번처럼 밥을 게걸스럽게 먹다 내 체면을 구기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또...”
“그만하세요!”
열일곱 번째로 ‘또’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을 때, 봉희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버지, 저 바보 아닙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같은 말만 반복하시니 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