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화
좌측 복도 끝자락에 있는 별실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창을 열면 거리 풍경이 내려다보였으나 중심부와는 살짝 어긋나 있어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봉희설이 함께였기에 강희진도 굳이 점잔을 떨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자리였다.
“폐하, 잠시 후 저희 아버지와 별도로 하실 얘기가 있으시옵니까?”
식사가 끝나갈 무렵, 별다른 탈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봉희설이 입을 열었다. 봉현웅은 그 말에 조마조마해졌다.
“무슨 일인가?”
선우진이 물었다.
“잠시 후에 마마와 저잣거리를 좀 거닐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봉희설은 눈을 반짝이며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안 된다!”
“그리하거라.”
봉현웅이 거절하려는 찰나 맑고 단호한 음성이 가로질렀다.
“폐하?”
봉현웅은 깜짝 놀라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여인끼리 함께 저잣거리를 거닐고 싶다는데, 그리 못할 이유가 없지 않소.”
선우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봉희설은 기뻐서 강희진을 바라보았다. 강희진 역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응했다.
본래 외출할 생각은 없었지만 봉희설이 청하는 것을 듣고 나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다.
폐쇄된 궁 안에서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냈던 터라 잠시라도 바깥바람을 쐬는 건 분명 큰 위로였다.
허락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금세 밖으로 나왔다.
“언니, 어디부터 들러보고 싶습니까?”
길가에 나오자 봉희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희진은 사방을 둘러보며 멋쩍게 웃었다.
강원주와 얼굴이 똑 닮았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강상목은 그녀가 경성으로 돌아온 이후로 정승댁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 탓에 경성의 거리와 골목도 그녀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하면 마음 가는 대로 둘러보시겠습니까?”
봉희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강희진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장난기 많고 활달한 성격인 봉희설은 국경 지방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줄줄이 풀어놓았다. 강희진은 그 말을 들으며 깔깔 웃었다.
“희설 아가씨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분이시네요. 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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