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강주선...”
강희진은 입술 사이로 조용히 읊조렸다.
강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자 소문난 망나니. 그는 비단옷을 걸친 몇몇 도령들과 어깨동무한 채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랜 벗이라도 되는 듯했다.
그들 뒤편 대문 위에 걸린 편액에는 큼지막하게 ‘전래도방’이라 쓰여 있었다.
선우진이 왔음에도 며칠째 집으로 들어오지 않더니, 알고 보니 이런 데서 노름판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역시 강주선은 옛날 그대로였다.
강희진은 코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었다. 눈빛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를 괴롭히던 기억도 모자라 진홍월의 자식이라는 이유까지 더해져 강주선에 대한 인상은 처음부터 썩 좋지 않았다.
“언니?”
봉희설이 그녀의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네.”
강희진은 그제야 정신을 수습하며 봉희설을 돌아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신 겁니까? 몇 번이나 불렀건만 대답이 없으시더라고요.”
봉희설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희진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볼까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였던가.
강희진은 강주선의 눈에 띄기 싫어 봉희설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돌렸다.
성 북쪽 저잣거리는 경성에서 가장 북적이는 거리 중 하나였다.
그 끝자락에 있는 명옥방은 경성의 아가씨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두 층으로 이루어진 그 건물 안에는 온갖 옷감과 장신구, 연지 분가루가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었다.
“언니께 드린 선물도 여기서 고른 것입니다. 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제가 기꺼이 선물해 드릴게요.”
봉희설이 가슴을 두드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그 순수한 모습에 강희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선물이라면 마땅히 언니인 제가 아가씨에게 드려야지요.”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원주?”
강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짜 너 맞네?”
강희진의 반응을 본 기옥빈은 더욱 확신했다.
“언제 궁을 나왔기에 나한테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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