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화
기옥빈은 사람을 시켜 사방을 수색하게 했고 끝내 잠들어 있던 백이를 찾아냈다.
강원주는 재미 삼아 강희진의 이마에 도둑이라 쓰고는 머리를 구정물에 처박았다. 심지어 스스로 자신의 뺨을 때리게 했다.
강희진에게 있어 그런 수모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았다.
진짜 강희진의 가슴을 찢어놓은 건 기옥빈이 그녀 앞에서 백이를 끓는 물에 내던졌던 그 순간이었다.
강희진은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를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빌었으나 허사였다.
그녀가 괴로워할수록 기옥빈과 강원주는 더욱 소리 높여 웃었다.
그날 이후 반년이 넘도록 밤마다 꿈속에서 백이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강원주와 기옥빈의 웃음소리도 섞여 있었고 그 소리는 가시처럼 가슴을 찔러댔다. 이따금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이제 백이는 이 세상에 없지만 기옥빈과 강원주가 저지른 악행은 세월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강희진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날을 잊지 않는 한 그 둘도 끝내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언니?”
봉희설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강희진은 퍼뜩 정신을 가다듬었다.
“왜 그러세요?”
봉희설이 다급히 물었다. 그제야 강희진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는 것을 느꼈다.
“궁에 들어가 후궁이 되더니 옛 친구는 다 잊은 거야?”
기옥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말투엔 불만이 가득했다.
“그럴 리가 있겠니.”
강희진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며 돌아서서 그녀를 마주 보았다.
“간밤에 궁에서 나온 터라 너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었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따로 자리를 마련할게. 그때 차나 한 잔 하자꾸나.”
“한데 남과는 어찌 이리도 한가히 돌아다니는 것이냐?”
기옥빈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봉희설을 노려보았다.
강희진은 시선을 떨구어 눈동자에 스친 경멸을 감추었다. 봉희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기옥빈을 한쪽 구석으로 데려갔다.
“오늘 낮에 우리 아버지께서 이 아이의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셨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 잠시 얼굴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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