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단정히 몸을 추스른 뒤, 강희진은 선우진을 따라 대청 안으로 들었다.
상 위엔 진작 음식이 다 차려져 있었고 이젠 사람들만 자리에 앉으면 될 터였다.
막 문턱을 넘던 찰나 강희진은 구석진 곳에 어렴풋한 그림자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어머니가 왜 여기 계시지?’
순간 그녀의 심장이 철렁했다.
강상목이라면 분명 정체가 들킬까 두려워 어머니를 눈에 띄게 하진 않았을 터.
그런데 오늘따라 하인 차림을 한 어머니를 이 자리에 불러다 시중들게 한 까닭은 자명하였다.
어젯밤의 소란으로 인해 강상목은 분명 노여움을 품었다.
이 또한 그가 써낸 수였다. 더는 함부로 꾀를 부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허은희 또한 강희진을 발견하였다.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그 눈길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간절함과 그리움이 뒤섞인 시선이 아릿하게 다가왔다.
서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이들이었건만 눈앞에 두고도 부르지도 못하고 안지도 못하는 처지라니.
강상목의 수는 치밀하고도 잔혹했다.
강희진은 옷소매 안에 숨긴 손을 꽉 움켜쥐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봉애숙은 이미 내쫓았습니다. 오늘부터는 새 하인이 모실 것이니, 더는 무례한 일로 폐하와 마마의 심기를 거슬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강상목은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곧 허은희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인사하라고 일렀다.
“어서 폐하와 마마께 인사드려라.”
허은희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와 몸을 바짝 숙였다.
몹시 수척해지고 눈가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였다.
진홍월 손에 들어갔을 적, 결코 평탄치 않았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막상 그 모습을 눈앞에 두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폐하와 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
허은희는 고개를 깊이 숙여 예를 올렸다.
“그만 물러가라.”
선우진은 무심히 대꾸했다.
강희진은 떨리는 손끝을 억지로 다잡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들었다.
어젯밤의 일로 어머니까지 끌려 들어갔을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선우진이 여전히 이 집에 머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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