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화
선우진의 표정은 차분하기만 했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강희진은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었다. 나름대로 선우진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승부를 걸었다. 부디 자신의 생각이 맞기를 바랐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5년 전에 돌아가셨사옵니다. 폐하께서 잊으실 만도 하지요.”
초월은 고개를 들어 선우진을 힐끗 보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5년 전 오늘, 쇤네가 유모를 따라 거리에 구경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 형조의 관군들이 들이닥친 것을 보았사옵니다. 아버지께서 뇌물을 받았다면서 목을 베어야 한다고 하였사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인정하지 않으셨고 결국 그 자리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나이다. 어머니는 비통한 나머지 대청의 기둥에 머리를 박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사옵니다. 하룻밤 사이에 백여 명이나 되던 식솔들이 쇤네를 제외하고 모두 죽임을 당했나이다.”
말하는 동안 초월은 여러 번 목이 메었다.
강희진은 마음이 아파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으나 선우진이 옆에 있어 그저 걱정스럽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넌 어떻게 무사히 빠져나왔느냐?”
선우진이 물었다.
밤보다 더 깊고 고요한 눈빛은 일말의 파동도 없었다.
“쇤네는 그때 연등회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집 앞에 관군들이 가득 서 있는 걸 보았나이다. 유모는 쇤네보다 훨씬 침착한 분이라 곧바로 쇤네를 데리고 성 밖의 둘째 큰아버지 댁으로 갔사옵니다.”
초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에 오씨 가문이 몰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둘째 큰아버지네 식구들도 화를 피하지 못했사옵니다. 잡으러 왔던 관군들은 쇤네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큰아버지 댁의 노비로 여기고는 궁궐로 데려갔던 것이옵니다.”
그녀는 하던 말을 멈추고 선우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 몇 년간 쇤네는 궁에서 주인님들을 모시며 운명을 받아들였사옵니다. 허나 쇤네의 부친은 정말로 백성을 아끼고 나라에 충성한 최고의 신하셨나이다. 폐하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경성의 백성들에게 물어봐도 되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쇤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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