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7화
“어차피, 나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온 것이니까.”
강희진은 고개를 들고 입꼬리를 올려 환하게 웃었다.
초월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정말이지 너무 똑똑하십니다.”
“너도 마찬가지잖느냐.”
강희진은 초월에게 눈을 깜빡였다.
“저는 아가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아가씨가 세우신 계략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로 그 속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어제 아가씨가 저에게 진홍월이 새로 들인 이불에 참기름을 떨어뜨려 쥐를 유인하라고 하셨을 때, 겉으로는 그저 진홍월을 놀라게 하거나 그녀와 강상목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은 그 안에 훨씬 더 많은 뜻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지요.”
초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감탄했다.
“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런 생각은 떠올릴 수 없었을 겁니다.”
“나는 단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재주가 조금 더 뛰어날 뿐이야. 정승댁에서 오래 생활하며 그들의 성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허나 초월이 네가 지닌 글재주는 내가 평생을 두고도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경지다.”
강희진은 겸손하게 답했다.
“아이고, 우리끼리 서로 칭찬은 그만하도록 해요.”
초월은 웃으며 말했다.
“진홍월 말인데 아까 제가 부엌에 다녀오는 길에 들으니 밤새도록 울었다고 하더군요.”
“쯧, 고소하구나.”
강희진은 웃으며 답했고 시선은 앞을 향했다.
“나와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나뭇간에서 지내며 쥐와 바퀴벌레를 이웃 삼아 살아왔으니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렸지. 진홍월에게 고작 하룻밤 쥐와 함께 지내는 기분을 맛보게 했을 뿐인데, 저리도 기겁을 하다니.”
그녀는 경멸하듯 코웃음 쳤다.
“어젯밤 일로 인해 강상목은 분명 진홍월을 탐탁지 않게 여길 테니 앞으로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을 겁니다.”
초월은 조용히 강희진을 위로했다.
“아직 멀었어.”
강희진의 눈빛에 경멸감이 스쳐 지나갔다.
“난 진홍월에게 어머니가 그간 겪었던 고초를 모조리 되갚아 줄 거야.”
죽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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