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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강희진은 눈 속의 경멸을 감춘 채 고개를 들었고 강신우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라버니...” 그런데 그녀가 막 말을 꺼내려는 찰나, 한 하인이 급히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마, 시각이 되었습니다. 전하와 대감께서 대청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희진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신우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하인을 따라 대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시각, 대청 안에서 선우진과 강상목이 마주 앉아 가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희진이 도착하자 선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채비를 했다. “내가 데려가기로 한 그 하인은 어디 있느냐? 어찌 보이지 않느냐?”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허은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강희진은 어쩐지 마음이 괜스레 불안했다. “소인이 바로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모두 그제야 허은희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강상목은 선우진과 강희진을 직접 정승댁 문 앞까지 배웅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대감마님!” 문을 막 나서려던 찰나, 귀를 때리는 다급한 외침이 들렸고 허은희를 찾으러 갔던 하인이 숨을 헐떡이며 강상목 앞까지 쫓아왔다. 강희진은 황급히 몸을 돌렸고 하인의 다급한 기색에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무슨 일로 그리 허둥대느냐?” 강상목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허... 허...” 하인은 겁에 질린 채 말문이 막혔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얼굴은 창백했으며 눈동자는 허공만 맴돌았다. “어서 말 못 하겠느냐!” ‘분명히 어머니와 관련된 일일 거야.’ 강희진은 불길한 예감에 속이 바짝 타들어 갔고 그대로 다가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라!” 강상목 역시 위압적인 기세로 재촉했다. “그... 그 하인은... 데려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하인은 죽... 죽었습니다!” 하인의 얼굴엔 어쩔 수 없는 당혹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뭐라고?” 마치 천둥이 머리 위에서 직격으로 떨어진 듯 그 한마디는 강희진의 정신을 산산조각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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