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0화
숯불이 활활 타오르며 방 안은 온기가 가득했다. 막 문지방을 넘자 뜨끈한 기운이 훅 하고 강희진의 온몸을 감싸안았다.
‘참 따뜻하구나.’
그녀는 정승댁에 들어와 어머니와 함께 지낸 지난 겨울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그들은 낡고 축축한 나뭇간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서로 몸을 기대어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버텼다.
몇 번이고 이젠 더는 못 견디겠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지만 허은희는 늘 다정한 눈빛으로 말하곤 했다.
“희진아, 살아야 한다. 살아 있어야 봄이 오는 거란다.”
그 한마디가 차디찬 밤마다 강희진의 심장을 붙잡아 주었고 눈물 어린 격려와 손길이 모진 겨울들을 건너게 해주었다. 하지만 올해 허은희는 봄이 오는 걸 끝내 보지 못했다.
강희진은 고개를 살며시 떨구었고 눈빛에 슬픔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른 아침인데 조반은 들었느냐? 하인을 시켜 뭐라도 내오게 하마.”
그녀가 회한에 젖은 그 순간 방 안에서 강신우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고 그는 강희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강희진은 재빨리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제가 찾아온 건 부겸 오라버니 일 때문입니다.”
“부겸이?”
강신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
“부겸 오라버니는 강씨 가문의 셋째이자 오라버니와는 한 핏줄로 맺어진 형제 아닙니까. 그런 분을 언제까지고 하인 신분으로 붙들어 둘 순 없지요. 그분의 학문이 오라버니보다 모자랄 것도 없고 입조하신다 하여도 오라버니의 체통에 누가 될 일 또한 없습니다.”
강희진은 머뭇거림 하나 없이 말을 꺼냈고 강신우는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희진아, 그게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너는 조정이라는 곳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구나.”
강희진은 입을 다문 채 그가 어떤 핑계를 대려나 지켜보았다.
“내가 일찍이 벼슬길에 들긴 했으나 전임지들은 죄다 정주 근방이었고 경성과는 인연조차 없었지. 이번에야 겨우 조정으로 불려 온 지 몇 달밖에 안 되었는데 내가 무슨 힘으로 강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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