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0화
일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사흘 내내 그치지 않았다. 기온은 연일 떨어졌고, 강성 도시는 회색빛 장맛비 아래 완전히 잠겼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이 예전보다 한발 먼저 다가온 느낌이었다.
서은혜는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호텔에 있는 거야?]
에어컨 고장 때문이라는 핑계도 이제는 너무 궁색했고, 유정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호텔비를 한 달 치로 결제해 놓아서 안 들어가면 그냥 돈 버리는 거잖아요.”
서은혜는 유정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걸 이해하지 못한 듯 말했다.
[네 숙모가 좀 말이 거칠긴 해도, 그냥 안 들리는 척하면 되잖아.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집을 안 들어오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이에 유정은 담담히 설명했다.
“집에 있으면 늦게 들어갈 때는 누구 깨울까 걱정되고, 일찍 들어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랑 식사하면서 내 험담까지 들어야 하잖아요.”
“회사에서 이미 하루 종일 시달리는데, 집에서도 피곤한 소리 듣고 싶진 않아요. 지금처럼 주말마다 엄마랑 아빠 보러 가면 충분해요.”
서은혜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래도 계속 호텔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회사 근처로 집 알아보고 있어요. 살 집 구하면 바로 이사 갈 거예요.”
[그래, 요즘 날씨도 추운데 몸조심해.]
“네, 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유정은 막 들어오던 비서를 보며 물었다.
“집은 어떻게 됐어요?”
“지난번 마음에 들어 하셨던 집, 집주인이 갑자기 안 팔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지금 다시 알아보는 중이에요.”
이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서둘러 줘요.”
“네.”
이틀 뒤, 비서는 새로 매물 하나를 찾아 사진을 보내왔는데, 70평에 방 4개짜리였다.인테리어도 유정의 취향에 맞았고, 위치도 꽤 괜찮았다.
비서는 사진을 넘기며 웃으며 말했다.
“이 집은 원래 투자용으로 산 거라 실제로 사람이 한 번도 살지 않았대요.”
그 말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하죠.”
“그러면 오늘 오후에 가보실래요?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정은 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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