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5화
의현은 다소 민망한 표정이었는데, 조금 전의 당당한 기세는 사라진 채 어색하게 말했다.
“그냥 노래 좀 같이 부르려고 부른 거예요.”
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은 채 소파에 앉아 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의현 씨, 노래하세요.”
의현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들고, 남자에게 눈치를 주며 자신과 함께 노래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에 남자는 백림을 알아보고는 곧장 일어나 의현 쪽으로 다가갔다.
의현과 남자가 무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조림과 유정은 소파에 앉아 마치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듯 말없이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유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문득 자기 손이 여전히 백림에게 잡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손을 빼려고 조금만 움직이자, 백림이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백림의 얼굴은 섬세하고 잘생겼다. 짙은 눈동자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유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볼일 보러 가. 난 의현이랑 좀 놀다가 갈 거니까.”
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 안 바빠.”
“기은미 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차갑게 말하는 유정에 백림은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너랑 걔 사이에서 고르라면, 당연히 너지.”
유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어른들 앞에서만 연기하면 되잖아. 계속 연기하는 거, 안 피곤해?”
백림은 유정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빛에 장난기가 어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유정아, 혹시 질투하는 거야?”
유정은 속으로 어이없어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자아도취하지 마.”
백림은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정은 백림의 표정을 볼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그의 손을 세게 뿌리치려 했지만 남자는 손을 더 꽉 잡았다.
“이거 놔!”
유정은 이를 악물고 낮게 소리쳤다.
“손이 이렇게 차가운데, 내가 좀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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