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2화
유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알잖아. 조시안 때문이 아니라는 걸.”
백림은 유정의 어깨를 눌러 돌려세우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여자를 바라보며 손끝으로 턱을 살짝 집어 올렸다.
백림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야. 네가 상처받는 거 보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네가 만화를 좋아하잖아.”
“내가 처음부터 진실을 말했으면, 그때 넌 선택을 강요받았을 거야.”
“그래서 네가 끝까지 작품을 그릴 수 있도록 기다렸고, 너희가 마주치는 것도 계속 막았던 거야. 그것뿐이야.”
유정은 고개를 들었다. 백림의 말을 완전히 믿은 건 아니었지만,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백림은 유정을 더 꼭 끌어안았다.
“유정아, 우리 화해하자.”
유정은 백림의 가슴을 밀치며 거리를 두었다.
“우리 지금 싸운 것도 아닌데, 무슨 화해야?”
“싸운 거 맞아. 네가 예전처럼 웃질 않잖아.”
백림은 유정의 관자놀이에 입맞춤하며 중얼거렸다.
“네가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가끔 나한테 쓴소리라도 해도 좋으니까. 네가 즐겁기만 하면 날 물어도 괜찮아.”
왜 그랬는지 모르게 유정의 눈가가 금세 뜨거워졌다. 마음이 억울하게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고, 손끝은 백림의 셔츠를 꼭 쥐고 있었다.
“내가 기분이 좋든 말든,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상관있지. 네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 네가 화가 나 있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이 뒤엉켜서 아무것도 안 돼.”
유정은 심장이 어딘가 고장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일부러 무심한 척 말했다.
“그럴듯하게 말해도 소용없어. 난 그런 말 안 믿거든.”
백림은 깊고 진한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 봐.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와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언제 소홀히 한 적 있어?”
“그날, 네가 날 이용했다고 말했을 때 정말 속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
백림의 말에 유정은 고개를 떨궜다. 가슴이 꽉 막히고, 심장이 찌릿하게 아팠다.
백림은 유정을 더 꽉 껴안으며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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