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34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유정은 또다시 복도에서 조백림과 노영인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영인은 다른 원피스로 갈아입고 있었고, 품에는 고양이를 안고, 손에는 보온 용기를 들고 있었다.
“오빠, 오늘 오후에 국을 좀 많이 끓였어요. 드시라고 가져왔어요.”
이에 백림은 표정이 무심하고 거리를 두며 담담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오늘 밤엔 여자친구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영인은 눈을 살짝 접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연인이에요? 오늘 아침에 보니까 언니랑 오빠가 다른 방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요?”
백림은 고개를 들고,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유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짙은 눈빛에 낮은 웃음이 묻어났다.
“잘됐네. 나도 궁금했는데, 한번 물어봐 줄래요? 왜 삐져서 나랑 따로 자는지?”
영인의 얼굴에 살짝 당혹스러움이 스쳤지만, 유정을 마주 보는 순간 다시 귀여운 미소를 띄었다.
“언니 퇴근하셨어요?”
유정은 백림의 곁으로 걸어가 남자의 팔을 끼고 고개를 들며 물었다.
“왜 따로 자는지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백림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고, 목소리는 다정하고 친밀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다음부턴 자정 넘기면 안 건드릴게. 됐지?”
딱히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분위기는 분명 애매했다.
유정의 귀 끝이 뜨거워졌고,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없이 문 쪽으로 향했다.
영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랑 언니가 저녁 드신다니까, 국은 다시 가져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고는 고양이를 안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유정은 팔짱을 풀고 현관문을 열자, 백림이 따라붙으며 물었다.
“아쉬운 거야?”
유정이 되물었다.
“뭐가?”
“내 미모 이용해서 음식 얻어먹겠다더니, 정작 가져다주니까 아쉬워서 못 받겠는 거 아니야?”
백림은 한 손으로 문틀을 짚고, 깊고 짙은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유정은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냥 양심에 찔려서 그래. 괜히 그 애가 너한테 빠지면 안 되잖아.”
백림은 금세 기분이 좋아진 듯한 얼굴로 웃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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