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1화
백림은 한쪽 무릎을 다포 위에 꿇은 채 앉아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유정이는 요 며칠 몸이 차면 안 돼요.”
주윤숙은 금세 눈치를 챘고, 약간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런 데서 얘기하면 안 됐는데 미처 몰랐어.”
유정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진짜예요. 전혀 안 추워요.”
다포 아래엔 무언가 따뜻한 게 깔려 있었고, 햇살과 난로 덕분에 유정의 이마에는 오히려 땀이 맺힐 정도였다.
백림은 유정을 한 번 보고는 슬며시 웃었다.
“봐봐, 꼭 북극에 온 사람처럼 둘둘 싸매고 있으니 추울 리가.”
오늘 유정은 연둣빛 니트에 목도리까지 둘렀는데, 백림 말대로 날씨에 비해 두껍게 입었다.
유정은 백림을 째려보며 말했다.
“이 니트, 누가 골랐는지는 아시겠죠?”
백림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내가 샀구나. 어쩐지 왜 이렇게 잘 어울리나 했지!”
유정은 백림의 뻔뻔함을 정말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있던 주윤숙까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웃자, 유정은 억울한 듯 말했다.
“아까까지는 어머니랑 조용히 잘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등장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다 깨졌잖아요.”
백림이 물었다.
“무슨 분위기였는데?”
유정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자부심 가득하게 말했다.
“예술의 분위기.”
백림은 아예 자리를 잡고 다리를 꼬며 앉았다.
“예술? 내가 모를 것 같아? 좋아,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얘기할까? 아니면 피카소의 입체주의? 아니면 치바이스 할아버지의 새우 그림? 아, 맞다.”
백림은 유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점심에는 소금구이 새우 먹을래? 아니면 탕수새우?”
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백림의 말장난에 눈썹이 활처럼 휘어지고, 눈동자엔 반짝이는 빛이 어렸다.
또한 맞은편의 주윤숙도 꽤 웃겼는지 덩달아 웃었다.
마침 매화나무 가지 위로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 짹짹대며 떠들자 유정은 생각했다.
‘조백림보다 시끄러운 참새는 없네.’
정말 점심엔 새우 요리가 추가로 나왔지만 유정은 접시를 백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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