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5화
“너 그랬잖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전제가 없어진 거야?”
백림이 웃으며 묻자, 유정은 그의 물음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림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하자, 유정은 고개를 들어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 오현길 금방 나올 거야.”
백림은 얄미운 듯 웃음을 머금은 채 입꼬리를 올렸다.
“유신희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을걸? 한동안 못 나올 거야.”
유정의 눈빛이 스치듯 변하며 말이 나왔다.
“설마, 일부러 그런 거였어?”
아까 일부러 신희와 가족들 앞에서 현길이 선물 보낸 이유를 밝혀버린 것을 유정은 금방 눈치챘다.
백림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다시 입을 맞췄다.
“네 편 들어준 거야. 남편 괜찮지?”
유정은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뭐, 남편이라니...”
그러나 유정의 말은 백림의 입술에 묻혀, 발음이 뭉개져 버렸다.
한편 마당에선, 현길과 신희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현길은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신희야, 혹시 유정 씨가 조백림 사장님한테 좋은 말 좀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사장님이 유정 씨 말은 꽤 듣는 거 같거든?”
“유정 씨가 부탁하면, 사장님도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
어두운 조명 아래, 신희의 눈빛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분노가 피어오르려는 걸 억눌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현길은 한 번도 신희에게 고백한 적이 없었다. 단지 늘 성의 있게 유씨 저택에 이것저것을 보내왔을 뿐이었다.
그것도 단지 자신에게만 보낸 게 아니라, 유씨 가족 전체를 향한 것이었으니, 결국 백림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신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가 말한다고 해서, 사장님이 꼭 듣는 건 아닐 수도 있어.”
신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다시 확인하려 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 집에 이것저것 보낸 건, 사장님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거였어?”
현길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멋쩍은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당연히 아니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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