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9화
오후가 되자 신희는 현길의 비서로 위장해 함께 주준을 맞이하러 갔다.
차는 갤러리 측문에 멈춰 섰고, 멀리서 신희는 차에서 내리는 남자를 발견했다.
얇은 흰색 패딩 점퍼에 베이지색 슬랙스를 입은 남자는, 멀리서도 문학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 가까이 다가갔을 때, 뚜렷하고 잘생긴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오자 신희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고, 창백하던 얼굴에는 어느새 연한 홍조가 번졌다.
이때 현길이 먼저 다가갔다.
“주준 씨.”
주준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신희는 현길의 뒤를 따라 주준을 응시했는데, 그녀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의 대화 내내 신희는 차를 내오고 회의록을 정리하며 조용히 옆에 앉아 주준을 관찰했다.
주준은 내내 예의 바르고 겸손했으며, 말투며 행동 하나하나에서 깊이 있는 교양이 느껴졌다.
주준의 옷차림과 태도, 작은 몸짓까지도 상류 가정의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모든 것이 알맞았다.
현길이 자료를 가지러 간 사이, 신희는 주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히고는 선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주준 씨, 저희 사촌언니가 주준 씨의 팬이에요. 혹시 사인을 받아도 될까요?”
그러자 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디에 해드리면 될까요?”
신희는 미리 준비한 노트를 꺼냈다.
“여기에 해주세요. 감사드려요.”
주준은 고개를 숙이고 사인을 하기 시작했고, 길고 짙은 속눈썹이 그의 옆모습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신희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주준이 마지막 획을 그은 순간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고마워요.”
목소리에는 평소와 달리 약간의 애교가 묻어나 있었다. 그제야 주준은 신희를 바라봤는데, 어딘가 익숙한 인상이 느껴졌다.
이때 현길이 돌아와 물었다.
“혹시 더 요청하실 게 있으신가요?”
주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 사실 제 작품은 저 혼자 작업한 게 아니라, 함께 작업한 파트너가 있어서요. 그분도 함께 초청해 주셨으면 해요.”
이에 현길은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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