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08화
백림은 은미의 향수 냄새를 맡는 순간, 갑작스레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감정이 치밀었다.
여자의 입술이 닿기 직전, 백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에 은미의 입술은 남자의 옆 볼을 스치며 멈췄고, 그녀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마침 그때, 와인을 들고 온 직원이 문을 열었다.
룸의 문이 반쯤 열린 사이로, 유정이 직원 뒤를 따라 들어섰고, 소파 위에서 입을 맞추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눈에 목격했다.
은미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백림을 가리듯 앉아 있었고, 양손은 남자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이에 유정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장 상황을 인지했다.
차가운 바람이 정통으로 얼굴을 때린 듯한 충격이 밀려왔고, 온몸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숨쉬는 것조차 잊은 채 한참 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백림은 아직 유정이 사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셔츠가 지금, 다른 여자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은미의 빨간 매니큐어가 어둠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서, 유정의 눈빛은 겨울밤처럼 차가웠고 어두웠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날카롭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내리꽂히는 듯했다.
그 조그마한 기쁨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를 쳤고 이내 유정의 시야를 가리며,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유정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 조용히 돌아서서 룸을 나왔다. 그 누구도 그녀가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직원 두 명이 들어왔고, 하나가 나간 줄로만 알았다.
백림은 기은미를 밀어냈다. 그러고는 룸 문이 반쯤 열린 것을 흘낏 쳐다보며, 속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
주변의 농담에도 신경이 곤두섰고, 휴대폰을 들어 유정의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지만, 그녀는 아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유정은 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작정 걸어서 건물 외부 테라스까지 나왔다.
그곳엔 한 여자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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