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0화
조시안은 아무 말 없이 예물 상자를 유신희에게 건넸는데, 포장을 뜯지도 않았고, 직접 손에 끼워주지도 않았다.
그 무심한 태도에 조엄화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고, 시안이 원하지 않는다는 걸 신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슴 한쪽이 싸늘하게 식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심지어 살짝 시안의 쪽으로 몸을 기울이기까지 했다.
이어서 양가 어른들이 인사말을 전했고, 조철용은 고가의 옥으로 된 팔찌 하나를 준비해 신희에게 선물하며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이 오래도록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유지태도 시안에게 값비싼 선물을 건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사실 이 선물은 원래 백림을 위해 정성껏 고른 것이었지만, 이제 와서 시안에게 건네려니 마음 한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또한 그런 속내쯤은 시안도 쉽게 눈치챘다.
약혼식이 마무리되고 파티가 시작되려던 찰나, 유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신희의 혼사가 결정된 이상, 저와 백림 씨의 약혼도 이 자리에서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양가 어르신도 계시니, 함께 발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정은 백림과 약혼할 당시 받았던 반지를 조용히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에 백림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고, 가늘고 긴 눈매가 유정을 매섭게 스쳤다.
“유정 씨,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 있나요?”
그러자 유정은 담담하게 받아쳤다.
“백림 씨는 일 처리에 있어서 여지를 남기지 않는 분 아닌가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겠네요.”
백림은 굳은 얼굴로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오늘은 시안과 신희의 약혼식이죠. 근데 우리가 여기서 퇴혼까지 하면 흥을 깨는 거잖아요. 그건 다른 날 이야기하도록 하죠.”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유정 씨, 걱정하지 마요. 아무도 당신 붙잡지 않으니까.”
그 말인즉슨, 자신은 유정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에 유정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지만, 곧 시선을 내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또 좋지 않게 흘러가자 서은혜가 서둘러 나섰다.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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