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1화
약혼식이 끝난 뒤, 두 집안은 호텔 입구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유정이 전화를 받는 사이, 서은혜는 조백림이 차에 타려는 틈을 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백림아!”
백림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남자를 마주한 서은혜는 늘 그렇듯 예의를 갖춰 말했다.
“백림아, 미안하구나.”
백림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
서은혜는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유정이가 왜 갑자기 파혼하겠다고 나선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혹시 걔가 실수한 거라면, 어른인 내가 대신 사과할게.”
백림은 시선을 거두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아요. 사과는 필요 없어요.”
서은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유정이는 회사 일로 너무 바빠.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고,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이에 백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차가운 기운이 스며든 눈빛 속엔 어딘가 억눌린 분노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파혼하겠다면서, 더 이상 비즈니스로 엮일 일도 없겠죠. 그게 유정이 원한 거니까요.”
“알아. 그래서 난 너 원망 안 해. 유정이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더라. 회사가 정말 무너지게 되면, 경성으로 간대.”
이에 백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경성이요?”
서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할아버지가 그쪽에 계시거든.”
하지만 백림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경성이라, 아마 다른 목적이겠죠.”
그때 그 남자, 서선혁이 그곳에 있다는 걸 백림은 알고 있었다.
‘결국 그 남자를 만나러 가려는 거겠지.’
‘회사 위기라는 건, 그저 그럴듯한 명분일 뿐이니, 오히려 나에게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백림의 눈동자엔 엄청난 분노가 일렁였고, 속에서는 자제할 수 없는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유정을 붙잡고 따지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백림의 얼굴 위에도 냉기 어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남자는 짧게 인사만 하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마자 그대로 내달렸다.
한편, 유신희는 조시안과 단둘이 대화를 나눌 기회를 찾고 있었지만, 조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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