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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8화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주윤숙은 잠에서 깨어났다.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곧장 불당으로 향했다. 정원에는 안개가 채 가시지 않았고, 안개 속으로 매화향이 은은히 감돌고 있었다. 계절이 늦어져 아직 피지 않던 매화가 마침내 봉오리를 틔우기 시작한 아침이었다. 멀리서 주윤숙은 벌써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백림을 발견했다. 남자의 어깨가 축 처져 있고, 등마저도 기운이 빠져 보여 놀랍고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주윤숙은 평소에도 그 아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몰골이 무너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옆에 서 있던 정선숙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언제 왔어요?” 정선숙 아주머니가 조용히 답했다. “새벽에 도착하셨어요.” 또다시 밤을 새운 모양이었다. 이윽고 주윤숙은 그 등 뒤로 다가갔다. 백림은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예전에 엄마가 그랬잖아. 부처님 앞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근데 나는 왜 밤새 앉아 있었는데도 하나도 편안해지지 않아?” 어머니가 불심 깊은 사람이라 그도 어릴 적부터 자주 함께 앉아 명상하긴 했지만, 솔직히 마음 깊이 신앙심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저 엄마 곁에 있고 싶어서였을 뿐이었지만 어젯밤은 달랐다.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부처님께 의지하고 싶었고, 간절히 마음의 평온을 바랐지만 아무런 응답도, 위안도 없었다. 불안과 공허함만이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서 맴돌고 있었다. 주윤숙은 아들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가 예전에 부처님 앞에서 무슨 기도를 했는지 기억하니?” 백림은 눈을 떠 앞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유정이랑 평생 함께하게 해달라고 빌었죠.” 주윤숙은 차분히 말했다. “그런데 넌 부처님을 믿지 않았잖니. 믿지도 않으면서 올린 기도가 어떻게 진실할 수 있을까?” “진심이 없었는데, 평온을 얻길 바라는 건 부처님도 도와주실 수 없어.” 백림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고, 눈빛은 허공을 헤매듯,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네가 원하는 평온은 부처님께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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