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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6화

유정은 깜짝 놀랐는지 큰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내 이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어. 여경은 아주 어릴 때 어머니를 잃었고.” 주윤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모부도 내 일 때문에 여경과 인연을 끊었어. 다시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그래도 여경은 아직도 가족이란 말에 집착하더라.” 유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백림의 아버지 조변우를 빼앗아 간 여자가 주윤숙의 이모의 딸, 그러니까 그녀의 사촌이라니. 게다가 조변우는 여자를 밝히거나, 아내를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세 사람 사이엔 과거에 대체 어떤 얽힘이 있었던 걸까? 굉장히 많은 의문점들이 있었지만 유정은 끝내 묻지 않았다. 그 시절의 상처는 아직도 주윤숙에게 뼛속 깊이 남아 있을 것이었으니.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피가 엉겨 붙은 상처를 억지로 찢는 일과 같이 보였다. 그때 정선숙 아주머니가 조심스레 다과를 들고 왔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여경과 조시안에 관한 이야기를 접었다. 그리고 유정은 은근히 조백림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혹은 백림의 편을 들어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며 매화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화제를 돌려 최근에 개막한 청주의 미술 전시회로까지 이어졌다. 그때까지도, 주윤숙은 단 한 번도 백림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말문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차를 마시며 꽃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그대로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얼마 후, 정선숙 아주머니가 와서 살며시 말했다. “도련님이 전화하셨어요. 조금 이따 저녁 먹으러 오신다고 하네요.” 백림이 온다는 소리에 유정은 고개를 떨구고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했다. 주윤숙도 유정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는지, 가볍게 핀잔을 주듯 말했다. “걔는 먹을 데가 없어서 집에 오는 거래요? 집 밥은 맨날 담백하다고 싫다더니.” 정선숙 아주머니가 눈웃음을 지으며 낮게 말했다. “아마도, 자기 어머니 곁에 있고 싶어서 돌아오는 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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