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5화
유정은 마음이 따듯해지면서 감동받았다.
“감사드려요.”
주윤숙은 온화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길 조심해서 가. 시간 되면 집에 차 마시러 오고.”
“네.”
유정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차에 오르자, 조백림이 물었다.
“우리 엄마랑 그렇게 오래 얘기하던데, 무슨 말 했어?”
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님한텐, 외할머님께 결혼 얘기한 건 그냥 기분 맞춰드리려고 했던 거라고 말했어.”
백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내년 초에 외할머니가 우리 결혼식 참석하시겠다는데, 갑자기 어디서 신부를 구하라는 거야?”
유정은 고개를 돌려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지금 그거, 정서적 압박이야?”
백림의 얼굴이 잠깐 굳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정은 가방에서 평소 안경을 넣어 다니던 부드러운 파우치를 꺼내 팔찌를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차량 수납함을 열어 그 안에 팔찌를 넣었다.
백림은 유정의 움직임을 옆눈으로 보고 있다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서로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유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췄고, 백림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도 분명히 말했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말투엔 뻔뻔함과 독기가 섞여 있자, 유정은 남자를 노려봤다. 그러나 백림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빛엔 집착이 서려 있었다.
“믿기지 않으면 시험해 봐. 한 달, 두 달, 아니면 1년, 10년. 우리 그냥 끝까지 엮여보지 뭐.”
유정은 언짢은 듯 소리쳤다.
“조백림, 너 되게 없어 보여!”
백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런 추운 날엔 체면 같은 거 필요 없어. 따뜻한 게 최고지.”
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 이내 백림은 수납함을 힐끗 보더니 덧붙였다.
“거기 둬도 좋아. 언젠가 내가 직접 너한테 채워줄 테니까.”
유정은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내 손을 잘라서 가져가지 않는 이상은 절대 그럴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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