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15화
조백림은 마침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원래는 취소할까 했지만, 어차피 혼자 집에 있어도 심심할 것 같아 그냥 늦게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밤 9시, 장소는 케이슬이었다. 외지에서 온 몇몇 지인을 초대해, 이제 곧 시작할 경성 신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중 한 사람이 백림 손목에 찬 팔찌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멋진데요?”
백림은 눈빛에 은근한 뿌듯함을 담아 대답했다.
“우리 와이프가 준 거라서요.”
그 말에 모두가 와 하며 들썩였고, 다른 이는 놀란 듯 물었다.
“사장님, 결혼하셨어요?”
백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곧이죠.”
“그러면 결혼식엔 꼭 청첩장 주세요!”
백림의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럼요, 당연하죠.”
사업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 누군가 여성 접대 직원을 몇 명 불러들였다.
그중 백림을 아는 얼굴이 있었는지 그녀는 바로 백림 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자리에 앉기도 전, 백림은 반사적으로 싸늘한 눈빛을 쏘며 무심하게 말했다.
“다른 데 앉으세요.”
여자는 순간 멈칫했지만, 오늘의 백림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는지 얌전히 몇 사람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백림은 손에 들고 있던 팔찌를 빙그르르 돌렸다. 짙은 광택이 흐르는 그 색감은 술과 담배 연기 가득한 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본래부터 냉철한 분위기를 지녔던 백림은 지금은 오히려 날카로움을 거둔 채 차분하고 고귀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 문이 열리며 이한경이 술 한 병을 들고 들어왔다.
“조백림 사장님 여기 계시다 해서, 인사 겸 술 한 병 들고 왔어요.”
그 뒤에는 한 여자가 따라 들어왔는데, 며칠 전 해성으로 돌아갔던 기은미였다.
은미는 백림을 힐끗 보더니, 이한경 뒤에 바짝 붙어 조용히 섰다. 이에 백림은 눈을 내리깔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물었다.
“기은미 씨가 왜 여기 있죠?”
이한경은 다소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해성에 갔는데, 우연히 기은미 씨가 곤란한 상황에 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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