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9화
고효석은 그 자리에 서서 유정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돌아오자 웃으며 말했다.
“먹을 건 다 나눠줬어. 아까 그게 마지막 빵이었거든. 오늘 밤 너 굶게 생겼네?”
유정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 끼쯤 굶는다고 큰일 나겠어?”
효석의 눈빛은 별처럼 맑고 깊었다. 20년이 흘러 다시 만난 사람이, 여전히 기억 속 모습 그대로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효석은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오늘 밤 열 시쯤 도착할 것 같아. 그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유정이 웃으며 말했다.
“좋지!”
유정도 호쾌하게 받아쳤다.
차량 대열은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시내로 향했다. 날씨는 더욱 흐려졌고, 곧 하늘은 짙은 어둠에 잠겼다.
산길에는 차가 거의 없었지만, 전 차량이 조심스레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효석은 유정을 향해 말했다.
“너희 할아버지께는 미리 연락 넣어뒀어.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어.”
유정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지만, 여전히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사방은 까맣게 어두웠고,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깊은 산속의 밤, 그 고요함이 오히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효석이 조용히 말했다.
“조금 자. 시내 근처 도착하면 깨울게.”
유정은 몸을 의자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조금 눈 붙일게. 이따가 내가 바꿔서 운전할게.”
이에 효석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괜찮아. 편히 자.”
비포장 산길의 덜컹거림에도 유정은 곧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작스러운 경적에 유정은 눈을 번쩍 떴다.
앞차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
“멈춰! 멈춰! 앞에 산사태 났어!”
“모든 차량 정지! 후진하세요, 후진!”
유정이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순간, 거대한 바위들이 굉음을 내며 산에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귀를 찢을 듯한 소리, 뒤섞인 경적과 고함, 혼란이 도로를 삼켜버렸다.
도로는 좁았고, 오른쪽은 절벽으로 이어진 산, 왼쪽은 깊은 낭떠러지였다.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성
해는 이미 져 있었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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