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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1화

서정후는 가볍게 콧소리를 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할아버님!” 조백림이 소리쳤다. “장기 풀었어요. 와서 한번 봐주세요!” “벌써?” 서정후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장기판 앞에 서서 찬찬히 바라보더니, 백림이 한 수 한 수 풀어내는 모습을 따라가며 끝까지 보았다. 결과는 간신히 홍기의 승리였다. 이에 서정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 더 보여줘 봐!” 그때 식탁에서 유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서정후가 급히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왜?” “어제 산 오리구이는 마을 분들께 드렸어요. 오늘은 제가 백림이랑 나가 좀 돌다 올게요. 저녁에 다시 사 올게요.” 서정후는 심기가 불편한 듯 말했다. “쟤 혼자 못 나가나? 손도 발도 없어?” 유정은 말했다. “멀리서 온 손님인데 우리가 예의는 지켜야죠. 게다가 그 비싼 장기 세트까지 선물했잖아요.” 사실 그 장기는 서정후의 마음에 쏙 들었다. 마음속으론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겉으론 여전히 엄격한 얼굴로 말했다. “얕은수에 넘어갈 것 같아?” “진심으로 드린 건데 그걸 그렇게 왜곡하시다니, 할아버지 너무하시네요.” 유정의 말에 서정후는 발끈했다. “이제는 쟤 편을 드는 거냐? 어젯밤만 해도 딴소리하더니!” “그건...” 유정은 식은땀을 흘리며 숟가락으로 죽을 휘젓다가 작게 말했다. “그래도 그렇게 멀리서 온 데다가, 우리도 도와줬는데 예의는 지켜야죠.” “흥!” 서정후는 비웃듯이 콧소리를 내뱉었다. 유정은 죽을 불며 한입 떠먹고는 속으로 안도했고, 그 장기 문제는 어쨌든 무사히 넘어간 것 같았다. 유정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백림을 쳐다봤다. 남자도 재미있다는 듯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친 순간 유정의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할아버지가 눈치챌까 봐, 유정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밥을 열심히 먹는 척했다.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가 방심한 틈을 타 유정은 백림의 손을 끌고 얼른 집을 빠져나왔다. 조수석에 앉은 유정은 미안한 듯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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