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81화
아마 그때 그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저 장난처럼 뱉었던 한마디가, 정말로 현실이 될 줄은.
조백림은 정말로 유정을 사랑하게 되었고, 정말로 여자와 백년해로하고 싶어졌다.
깜깜한 방 안에 밤새 앉아 있다가, 날이 밝자 백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워하고 머리를 감고, 면도를 마친 그는 유정이 사줬던 셔츠를 꺼내 입었다.
예전처럼 단정하고 세련된 조씨 집안의 장남다운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백림은 침대 앞으로 다가가, 반지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올려놓고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유정아, 이 반지는 결국 청혼할 때 못 썼지만 이제 넌 내 아내야. 그리고 나는 알아. 넌 분명히 동의했을 거야.”
“내가 데리러 갈게. 기다려.”
백림은 문을 나서기 직전, 서랍 속에 놓인 주사기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천천히 서랍을 닫고 병실을 나섰다.
백림은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고, 곧장 장례 절차 담당 부서를 찾아갔다. 필요한 서류를 확인한 그는 주저 없이 시신 보관실로 향했다.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 공간. 뒤따라온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유정 씨를 뵙는 건 가능하지만, 서류 없이는 시신 인도는 안 돼요.”
그러나 백림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책임져요. 당신까지 끌어들이진 않아요.”
“그건 저도 참 난처해서...”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백림이 밀어붙였다.
“일단 확인부터 하게 해줘요.”
직원은 기록을 확인하고, 유정의 시신이 보관된 것으로 등록된 냉장고를 열었다.
“이 안에 있습니다. 사장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게요.”
백림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이는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 있었고,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손을 뻗어 하얀 천을 걷어 올렸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믿었지만, 뚜껑 아래 모습을 본 순간 그는 굳어버렸다.
백림은 긴 시간 동안 말없이 시신을 바라보다,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휘청였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유정이 아니었다.
이에 백림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직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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