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94화
“넌 줄곧 네가 태어난 환경은 선택할 수 없었다고 말해왔지. 하지만 그 이후 어떤 길을 걷느냐는, 분명 네가 선택할 수 있었어.”
“조백림을 적으로 여길 수도 있었고, 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어. 그런데 넌, 적으로 대하는 걸 택했잖아.”
유정의 말에 조시안은 순간 멍해졌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구도 백림이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상기시킨 적은 없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늘 시안에게 말해왔다.
“주윤숙이 내 남편을 빼앗았고, 백림이 네것이어야 할 조씨 집안의 후계자 자리와 아버지를 빼앗았어. 그러니 네가 반드시 되찾아야 해.”
그랬기에 시안은 늘 믿어왔다.
백림과 싸우고, 그를 꺾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그것이 자신이 조씨 집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이에 시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그 적으로서도 제대로 이기질 못했지. 결국 끝까지 억눌렸고, 한 번도 기회를 쥐지 못했어. 어쩌면 뭘 선택했든, 결과는 똑같았을 거야.”
“이미 운명의 불공평함은 받아들이려 했어. 그런데 너, 네가 나타나면서 그 모든 게 흔들렸어.”
시안은 고통을 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조씨 집안의 사생아가 아니었으면, 널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
“세상 모두가 나를 욕하고, 다 등을 돌려도, 난 너 하나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
“우리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같이 살고, 같이 창작하면서, 매일 밤낮으로 얘기하고 웃고 그런 삶을 수없이 상상했어.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버릴 수 있었어.”
그 꿈은, 아주 가까이 갔었다. 시안이 이렇게 직접적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이에 유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묻듯 말했다.
“왜 넌 항상 네 것이 아닌 걸 좇으려 해? 왜 스스로를 가질 수 없는 고통에 빠뜨려?”
시안은 한참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이내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그게 내 운명이겠지. 태어났을 때부터, 조백림과 싸우는 게 내 인생이었으니까.”
유정은 마음이 답답해져 크게 숨을 들이켰다.
“넌 오늘 나 부른 이유가 이 말 하려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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