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5화
지금쯤 또 어디에 있는 걸까?
소희는 영상 전화를 받았다.
심명의 화면도 역시 밤이었다. 주변은 탁 트인 들판 같았고, 여러 사람이 모여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화면 앞에 나타난 심명은 여전히 세상 얄밉게 잘생긴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소희!]
임구택이 몸을 기울여 화면을 들여다봤다.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영상을 끄지는 않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소희는 부드럽게 웃자, 심명은 손가락으로 자기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봐. 눈 깜빡이지 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 화면은 그의 뒤편을 비추었다. 원래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던 하늘에 갑자기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숫자 카운트다운이 들려왔고, 마치 국내의 시각과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10, 9, 8, 7...2, 1.]
잠깐의 정적 후, 하늘을 가르며 불꽃이 쏘아 올려졌고, 곧이어 형형색색의 글자들이 펼쳐졌다.
[소희, 새해 복 많이 받아.]
[모든 일이 잘되길.]
[마음먹은 일 다 이루길.]
[순탄하고 평안하길.]
[기쁘고 건강하길.]
...
다양한 언어,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새해 인사가 하늘을 수놓았고, 밤하늘은 거대한 메시지 보드가 되어 심명이 전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냈다.
그 주변에서 함께 새해를 맞이하던 이들도 다 함께 외쳤다.
[소희,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복 많이 받아!]
피부색도, 언어도, 말투도 모두 달랐지만, 모두의 얼굴엔 같은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하늘에 뜬 글자들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다시 흩어지며 떨어졌다. 마치 유성우처럼 눈부신 광경이 이어졌고,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할 만큼 황홀했다.
이에 구택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요란스럽기만 하지.”
터치 한 번이면 다 사라질 것들이었다.
심명은 화면 너머에서 여우 같은 눈을 반짝이며 소희를 바라봤다.
[마음에 들어?]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심명이 이 선물을 위해 시차가 비슷한 나라를 골라 일부러 드넓은 장소를 찾고, 카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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