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7화
유정은 마지막까지 남았다.
밤은 이미 깊었지만, 시내는 여전히 북적거렸고, 고요한 주택가 이쪽은 서서히 밤의 정적을 되찾고 있었다.
가로등은 은은한 노란빛으로 감돌았고, 그 불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어 잔잔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어쩌다 한번 밤하늘 위로 터지는 불꽃놀이, 기묘한 빛과 색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금세 조용히 사그라졌다.
조백림은 유정을 품에 감싸 안았고, 평온한 얼굴엔 다정한 기운이 가득했다.
“며칠을 고민했어. 올해는 뭘 선물하면 좋을까? 근데 뭘 생각해도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유정은 백림의 품에 기댄 채 새해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웃었다.
“네가 이렇게 무사히 내 곁에 있는 것, 그게 나한텐 최고의 새해 선물이야.”
백림은 유정의 옆얼굴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 입맞춤은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입맞춤이 심장을 간질이게 했다.
“그래도 뭔가 선물은 하고 싶었어. 그래서 그 만화 플랫폼, 네 명의로 넘겼어.”
“회사 일도 이제 내가 같이 볼 거야. 남편이 네 든든한 후원자가 돼줄 테니까, 넌 만화만 그려.”
그 말에 유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림을 돌아봤다. 그는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에 다시 가볍게 입을 맞췄다.
“기뻐?”
유정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플랫폼은 유정도 직접 만들 수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 말이었다.
백림이 자신의 뒤를 받쳐주겠다는 것. 회사의 운영도, 유씨 집안의 견제도 전부 그가 감당하겠다는 말.
유정는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유정은 까치발을 들어 백림의 입술에 먼저 키스했다.
“조백림, 내가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널 만났으니까.”
백림은 유정의 어깨를 감싸 안고 깊이 입을 맞췄다.
불꽃이 하늘 위에서 다시 터졌다. 유정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눈부신 불꽃으로 가득 찬 밤하늘은 마치 앞으로의 그녀의 인생을 환히 밝혀주는 것 같았다.
불꽃이 사그라든 후, 유정은 조심스럽게 백림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인제 그만 가야겠어. 안 가면 날 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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