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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2화

청아가 잠시 망설이며 중얼거리자 연희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혹시 우리가 괜히 의심하는 걸까?” “임신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아.” “그러면 네 생각에 그 여자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구택을 노리는 게 아니면, 소희를 직접 겨냥한 걸 텐데. 게다가 자신과 가족의 관계까지 알아냈다니, 그 수단이 너무 대단한 게 아닌가. 연희의 또렷한 눈빛 속엔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 “상대가 무슨 목적이든, 이미 수를 던졌다면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하지. 받아치는 거야.” 청아는 조심스레 물었다. “소희한테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럴 필요 없어.” 연희는 냉소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이런 일은 내가 겪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런 하잘것없는 족제비한테까지 소희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지.” 연희는 바로 사람을 시켜 조사를 부탁했고, 오후엔 곧장 단서가 나왔다. 어제 오후 세 시쯤, 허홍연이 장을 보러 나갔다가 한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의 차를 타고 근처 카페로 들어가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는 기록이었다. 연희는 확보한 CCTV 영상을 청아에게 내밀었다. “이 여자, 백구연 맞지?” 영상 속의 여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청아는 단번에 알아봤다. 바로 며칠 전,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왔던 그 구연이었다. “맞아, 백구연이야.” 청아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진짜로 우리 엄마를 만났네.” “가자.” 연희가 휴대폰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로?” 청아가 곧장 따라 물었다. “임구택 만나러.” 두 사람은 함께 임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 연희가 직접 나선 데다 임신부라는 사실까지 더해지자, 어느 누구도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프런트 직원은 연희가 구택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직접 안내까지 나섰다. 사장실 층에 도착하자, 칼리가 기다리고 있었고 정중히 두 사람을 회의실로 모셨다. “성연희 씨, 저희 사장님께서 회의 중인데 곧 나오실 거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은 또 허리를 곧게 세우며, 연희의 허리 뒤에 조심스레 쿠션을 받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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