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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4화

소희는 구택을 달래며 다급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 그제야 손에 쥔 휴대폰 속에서 들려오는 외침을 떠올리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연희야, 나 아무 일 없어.” 화면 속 연희는 이미 계단을 내려와 소희를 찾으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눈가가 젖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괜찮아?] 소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말이랑 부딪히진 않았어. 하지만 남편이 병원 검진을 받자고 해서 지금 병원에 가는 길이야.” 연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긴장했던 탓에 머리끝까지 얼얼했다. 곧 얼굴빛이 차갑게 굳었고, 입술 끝이 움직였다. 분명히 백구연의 짓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화면 속 구택이 보이는 순간 꾹 눌러 삼켰고, 대신 날카롭게 물었다. [말이 이유 없이 놀라는 법은 없어. 누군가 일부러 해친 건 아닐까?] 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남편이 이미 사람들을 보내 조사 중이야.” 연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어느 병원으로 가? 내가 곧 갈게.] “오지 마. 네가 그렇게 허둥대면 오히려 내가 불안해.” 소희는 부드럽게 말했다. “검사 끝나면 제일 먼저 알려 줄게.” 연희는 가정부가 건네준 휴지를 받아 눈가를 닦으며 가까스로 진정했지만 얼굴빛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러면 네 소식 기다릴게.] 전화를 끊자마자 차가 도착했고, 구택은 조심스럽게 소희를 안아 차에 태운 뒤 직접 운전해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구택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자, 소희는 남자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 “정말 괜찮아. 만약 이상이 있었다면 내가 느꼈을 거야. 우리 아이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구택은 소희의 손을 거꾸로 꼭 쥐었다. 조금 전, 말이 소희를 덮치려는 순간의 공포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소희와 아이를 해치려 한 누군가의 그림자 같은 존재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에 구택은 속으로 다짐했다. 다행히 소희가 운동할 줄 아는 덕에 피할 수 있었지, 아니었더라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구택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방을 응시하다가, 곁의 소희를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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