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00화
햄버거 가게 안.
유진과 은정이 자리를 떠난 뒤, 남은 두 여자는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결국 아이를 재촉해 서둘러 식사를 마치게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2층, 유리 난간 넘어.
한 여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표정한 눈빛으로 유진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방향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몇 분 뒤, 여자는 계단을 내려와 햄버거 가게를 나서더니 맞은편 다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실 2층, 조용한 아늑한 방 안.
백호균은 반쯤 눈을 감은 채 강성 지역의 토속 소리를 흘려듣고 있었다. 눈앞의 차는 이미 식어가고 있었고, 남자의 표정은 늘 그렇듯 태연했다.
구연이 공손하게 다가와 찻잔을 채운 뒤, 낮은 목소리로 방금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마지막에는 차분하면서도 무겁게 말을 맺었다.
“그 구은정이라는 남자, 경계심이 지나치게 많아요. 저를 보는 눈빛조차 곱지 않았거든요.”
백호균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 식은 차를 한 모금 삼켰다.
“원래 용병 생활을 했던 자니 경계심이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강할 수밖에. 마음에 두지 마라.”
이에 구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럴게요. 지금쯤이면 아마 이미 임씨 저택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백호균은 옅게 고개를 끄덕이고, 앞에 놓인 다과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차나 더 마셔라. 강성의 소리는 멋이 있어. 잡념을 버리고 들어야 제맛이 나지.”
구연은 잔을 받아 들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려요, 할아버지.”
임씨 저택으로 돌아온 유진은 곧장 전화를 걸었던 도우미를 찾았다. 집안에서 모두 진 씨 아주머니라 불리던 이였다.
하지만 집사에게서 들은 소식은 의외였다.
진 씨 아주머니가 노정순을 찾아가 사직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외국에 있는 아들이 갓 손주를 본 탓에, 출국해 돌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 말에 유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하필 지금이야? 미리도 아니고 나중도 아닌 딱 이 타이밍에?”
유진의 가슴 속에서 번뜩이는 의심이 치밀었다.
‘도망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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