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01화
은정이 낮게 말했다.
“증거 없이는 성급히 움직이지 마.”
은정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지만, 괜스레 사람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이내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정과 함께 다시 임씨 저택을 나섰다.
차 안은 한동안 고요했고, 유진은 미간을 잔뜩 좁히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너무 과하게 의심하는 걸까요?”
오늘 일이 정말 구연의 계략이라면, 그녀의 목적은 자신과 친해지는 게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겨냥한 사람은 바로 소의일지도 몰랐다.
아이 유괴라는 사건은 겉보기에는 우연 같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허술한 구석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파고들어 추궁하게끔 유도한 것처럼.
‘만약 내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앞에서 진 씨 아주머니를 캐묻는다면?’
그리고 그 순간, 만약 구연이 배후라면 진 씨 아주머니는 이미 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러면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온갖 추측과 의심은 소희 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진 씨 아주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소희가 궁지에 몰리는 그림이 그려진다.
유진은 머릿속이 가득 혼란스러웠다.
“근데 왜 소희를 노리지? 혹시 이 모든 게, 이 사람이 내 삼촌을 뺏으려는 거야?”
어둑한 차 안, 은정의 날카로운 윤곽이 한층 냉혹하게 드러났다.
“꼭 그럴 필요는 없어.”
유진은 눈동자를 굴리며 은정을 의심스레 바라봤다.
“혹시 뭘 아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까 자신과 백구연이 함께 있는 걸 보고 그렇게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게 아닐까?’
은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했잖아. 난 낯선 사람을 원래 의심부터 하는 성격이야.”
유진은 여전히 얼굴에 불만을 띠며 중얼거렸다.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임씨 집안에 들어온 것도 분명 목적이 있는 거 같아.”
그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은정이 나지막이 답했다.
“임씨 집안엔 네 삼촌이 있지 않나?”
유진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난 삼촌이 걱정되는 게 아니야. 소희가 더 걱정돼요. 우리 지금 어떻게 해야 해요?”
은정의 큼직한 손이 유진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