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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8화

연하의 거만하고 제멋대로 보이는 태도는 결국 슬윤을 완전히 분노하게 했다. 그 뒤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희윤은 어딘가 확실한 뒷배라도 얻은 듯 자신감이 넘쳤다. 처음 올라왔을 때의 조심스러움과 겸손은 온데간데없고, 매일 사장실로 들어가 진구에게 직접 보고하려고 앞다투었다. 심지어 로운까지 자기 밑 사람인 양 부려 먹으며, 벌써 수석비서라도 된 듯 행동했다. 진구와 접촉하는 시간이 늘자 희윤은 일부러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옷차림도 대담해졌다. 블라우스의 목선은 점점 더 깊게 파였고 치마는 짧아졌다. 예전부터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로운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충고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질투하는 거지’라는 비웃음뿐이었다. 금요일 오후, 진구는 전화 한 통을 받은 뒤 급히 자리를 떴다. 마침 연하에게 직접 전할 일이 있었는데 사무실에는 희윤만 있었다. “골든 프로젝트 파트너 일정이 바뀌었어요. 오늘 밤에 강성에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내일 아침 유 비서가 방 비서랑 계약서 들고 돌핀 호텔로 오세요.” “네. 방 팀장님께 제가 꼭 전할게요.” 희윤은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진구는 다른 일정이 있어 더 묻지 않고 곧장 나갔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 도착한 진구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방 비서는요?”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곱게 한 희윤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안 오셨어요. 조금 전에도 전화했는데 받질 않네요.” 그러고는 곧바로 통화 기록을 열어 보여주자 진구는 흘끗 확인하곤 담담히 물었다. “일단 놔두고 계약서는 가져왔나요?” “네, 다 챙겨왔어요.” “좋아. 그럼 CB컴퍼니 쪽 사람들을 먼저 만나죠.” 호텔의 비즈니스 룸에는 CB컴퍼니의 프로젝트 책임자가 이미 와 있었다. 진구가 직접 나타나자 남자는 반갑게 일어나 악수를 건네며 열정적으로 맞았다. 책임자는 부사장과 비서까지 데리고 왔고, 모두 네 명이었다. 다른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온 만큼, 오늘 협상을 마무리하고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세부 조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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